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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옛 시장 골목, 재개발 속에 사라진 삶의 풍경

by 글짓기그니 2025. 8. 26.

전주의 골목 곳곳에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시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많은 시장과 골목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주 중앙시장의 추억과 시장 속 풍경, 그리고 전통시장이 현대화 과정에서 겪은 변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주의 옛 시장 골목, 재개발 속에 사라진 삶의 풍경

전주 중앙시장, 사람 냄새 가득했던 시절

전주의 전통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전주 중앙시장입니다. 중앙시장은 1960~70년대 전주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였습니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식이 오가고 이웃과 정을 나누던 마을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면 채소를 한 짐 이고 나온 할머니들이 좌판을 펼쳤고,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신선한 채소 냄새, 갓 튀겨낸 튀김 냄새, 달콤한 엿 냄새가 뒤섞여 ‘사람 냄새’와 함께 전주 시장만의 활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전주 시민들에게 시장은 생활의 필수 공간이었습니다. 월급날이면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시장에 나가 외식을 하고, 어머니는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워 돌아왔습니다. 시장 골목에는 늘 이웃들이 부딪히며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풍경이 있었습니다.


시장 속 군것질거리와 아이들의 추억

전주의 옛 시장 풍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군것질거리와 아이들의 추억입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아이들에게 시장은 단순히 부모를 따라가는 곳이 아니라, 작은 놀이터이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골목 어귀에는 뻥튀기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그 순간 아이들은 쏟아지는 뻥튀기를 받아 들고 즐겁게 웃었습니다. 분식집 앞에서는 어묵 국물 한 컵에 몸을 녹였고, 손에는 늘 50원짜리 엿이나 껌을 들고 있었죠.

특히 전주 중앙시장의 명물 중 하나는 시장표 튀김과 전주비빔밥의 간단 버전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천 원 남짓한 돈으로 배를 채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은, 지금의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훨씬 따뜻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장보는 동안 시장 골목을 뛰어다니며 친구를 사귀었고, 종종 상인들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성장의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많은 이들이 “시장 골목에서 놀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전통시장과 현대화의 충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통시장은 거대한 변화를 맞게 됩니다. 1990년대 이후 대형 마트와 프랜차이즈 상점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더구나 전주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시장 골목이 철거되거나 축소되었습니다.

전주 중앙시장 역시 현대화 과정에서 크게 달라졌습니다. 오래된 골목은 재개발로 사라지고, 일부 상인은 장사를 접거나 새로운 상권으로 떠났습니다. 한때는 발 디딜 틈이 없던 시장 골목이 이제는 한산해지고, 남아 있는 상점들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덕분에 일부 시장은 시설을 개선하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처럼 이웃과 정을 나누고, 아이들이 뛰놀던 ‘삶의 풍경’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 모든 도시가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앞세운 현대화가 과거의 풍경과 사람 냄새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 것이죠.


사라진 골목이 남긴 의미

전주의 옛 시장 골목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던 삶의 무대였습니다. 지금은 재개발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그 공간에서 흘러나오던 웃음과 소박한 풍경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으로 대부분의 소비를 해결하지만, 여전히 가끔은 전통시장을 찾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따뜻한 어묵, 시장 특유의 활기를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장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사라진 골목의 기억을 다시 만나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전주의 옛 시장 골목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남기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지워버린 풍경 속에서도, 시장이 남긴 삶의 향기와 정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