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네마다 하나쯤 있던 작은 서점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마을의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네서점이 지녔던 의미와 대형서점의 등장 배경,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동네서점, 아이들의 작은 문화 공간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앞이나 주택가 골목에는 어김없이 작은 서점이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공간에 책 냄새와 잉크 냄새가 퍼져 있었고, 벽면에는 참고서와 문제집이 과목별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입구 가까이에는 학용품과 만화책, 색색의 공책들이 놓여 있어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아이들은 방과 후 친구와 함께 들러 구경하거나, 새 학기가 되면 부모 손을 잡고 필요한 교과서와 학습지를 사러 오곤 했습니다. 서점 주인은 자주 오는 아이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이 문제집이 새로 나왔어”라며 책을 권해주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모이는 생활 속 공간이자 작은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대형서점의 등장과 동네서점의 쇠퇴
1990년대 후반부터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대형 체인 서점이 도심 곳곳에 문을 열었습니다. 넓은 매장과 깔끔한 환경, 체계적인 분류와 다양한 책 선택지는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어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원하는 책을 집에서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동네서점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교 앞 서점들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전에는 교과서와 문제집을 직접 사러 가야 했지만, 점점 온라인 구매나 학습지 방문 판매가 늘어나면서 동네서점의 기능은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책을 사러 들렀다가 친구를 만나고, 학부모들이 교육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리고 남은 의미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책을 더 쉽게 찾고,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며,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네서점만이 주었던 정서는 사라졌습니다.
- 서점 주인과의 친근한 관계 : 단골을 기억해 책을 챙겨주던 작은 정성
- 책을 직접 고르는 경험 : 진열대에서 교과서와 학습지를 고르며 느끼던 소소한 설렘
- 지역의 작은 연결고리 : 서점에서 아이들이 만나고, 학부모들이 교육 정보를 나누던 일상
이런 모습들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에서는 찾기 어려운 풍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독립서점들이 등장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집중하거나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책을 매개로 한 작은 공동체 문화를 다시 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작은 책방이 남긴 기억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대형서점이 주류가 된 것은 시대의 흐름이지만, 책방에서의 경험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교과서를 사던 일, 참고서를 고르며 느끼던 긴장감, 그리고 책방 안에 퍼져 있던 잔잔한 정취까지.
그 모든 것은 단순한 상거래가 아니라, 한 세대의 생활 풍경이자 문화의 일부였습니다. 작은 서점이 남긴 의미를 기억하는 일은, 앞으로 책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이어갈지 고민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릅니다.